이 책은 실로 대단한 책이다.
일단 내용을 떠나 무엇보다 더 좋은 이 책의 강점은 번역서가 아니라는 점이다.
경영학책 = 번역! 이라는
우리나라 사람의 사고에서 나온 책보다는 외국 사람의 사고에서 나온 무미건조한 번역서가 난무하는 한국에서
조승연이라는 통찰력이 있는 사람의 머리와 손 끝에서 나온 이 책의 각 문장과 단어들은 정말 감칠맛이 돈다.
이 책은 부자를 다룬 책이다.
그것도 한 시대를 휩쓸었던 세계적인 부자들의 이야기이다.
단, 1년 만에 1억 만들기 류의 싸구려 책에서 풍기는 바로 현시대의 자극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진 않다.
이야기의 시작은 1400년도까지 내려가고 그 가문이 성공할 수 있었던 시대적, 지리적 배경을 빠짐없이 소개한다.
또한 미술사를 공부했던 저자는
부와 예술의 연관성에 대해 깊이를 두고 설명하고, 100개 가까운 그림과 사진들이 소개된다.
익히 알고 있는 보티첼리,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등이 어떻게 예술활동을 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예술가들의 후원이 이 부자들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만약에 서점에서 이 책을 만나고 후루룩 넘기면서
느끼는 첫인상은 서양 미술사를 다룬 책이 아닐까 하는 착각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그 만큼 시대적 배경과 예술을 설명하기 위한 예술작품들의 소개가 많다.)
그래서 혹여나 이게 비즈니스 책인가? 너무 옛날 이야기만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수도 있는데.
그건 엄청난 착각이다.
르네상스 최강의 금융권력자 메디치 가문
정치권력을 이용한 자크 쾨르
정보의 바다를 지배한 해상왕국 베네치아
대항해시대를 연 해상왕 엔히크
최초의 미디어 재벌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
채권방식을 고안한 현대 금융업의 아버지 야콥 푸거
세계에서 가장 큰 땅을 소유했던 에르난 코르테스
세계 최초의 대기업 네덜란드 동인도회사
세계적인 부자 가문(혹은 조직)을 위와 같이 8단원에 나눠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는데,
결코 옛날 역사를 옛날 말투로 표현하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시대는 아주 먼 과거이고, 현대적인 경제/경영의 개념이 없던 시절이라도
현대적의 경제학 / 경영학의 개념으로 해석하여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개념들을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귀납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라는 명제를 야콥 푸거의 일화를 통해 설명하고 있다.
야콥 푸거 시대 이전의 유럽에는 인플레이션이 한번도 없었다… 금이란 영원히 그 가치가 변하지 않는 것이라 믿었던 그들(그 시대 사람)에게 금으로 만든 돈의 가치 폭락은 대혼란이었다… 그러나 이런 소동 속에서도 야콥 푸거는 끄덕 없었다. 현금이 가장 안전하다는 생각을 일찌감치 버렸던 것이다…
현금 가치도 그것으로 살 수 있는 물건 가치로 결정되는 것이다. 그에 의하면 자산은 물건, 채권, 황금, 토지의 네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보관해야 한다. 이렇게 해두면 하나의 가치가 떨어져도 나머지가 올라 전체 자산 가치는 변하지 않는다…
야콥 푸거는 오늘날의 분산투자 개념을 알고 있었던 셈이다…
또한 비즈니스 노트라는 섹션을 두어 각 부자들과 연관된 현대의 경영학 개념을 심도 있게 살펴보기도 하는데,
메디치는 한국형 재벌. 르네상스 시대의 메디치 기업 구조는 오늘날 한국의 재벌 구조와 너무나 닮아 있다… 메디치 그룹의 지배 구조는 한국 재벌들처럼 ‘에스컬레이터식 구조’였다… 자회사를 피라미드 구조로 형성해 적은 돈으로 전체 경영권을 쥐는 한국식 재벌 구조는 600년 전 이탈리아의 코시모가 발명한 것이다… 메디치 재벌 구조는, 각 자회사가 법적으로 독립돼 있어 자회사가 초래한 손실을 그룹 전체가 책임지지 않아도 됐다…. 메디치의 이러한 사업구조는 400년 후 미국의 석유재벌 록펠러에 의해 부활된다…. 이러한 회사를 주식과 경영권을 ‘쥐고 있다’라는 뜻으로 ‘홀딩그룹’이라고 부른다. 이 방식은 지금 한국 재벌그룹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이 책의 매력은 부자들이 어떻게 새로운 부의 창출 방법을 발견했고,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그치지 않고
왜 그들의 부를 유지하지 못하고 그 부의 끝을 보게 되었는지 까지의 과정을 담아냈다.
그리고 비즈니스 케이스를 각 부자와 현재의 대기업의 사례를 엮어내는 섹션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구글, 이베이, AT&T, 도요타, 애플, 스카이프 등등 지금 이 시점의 HOT한 기업들이
어떤 성격을 지니고 있는지도 더불어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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